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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간 잦은 스킨십, 학교폭력 치유에 도움”

문체부 학교폭력 피해가족 초청 ‘가족힐링캠프’ 동행 취재기

2013.07.31 정책기자 정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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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버지께 사랑한다고 말해보세요.”
“꼭 해야 하나요?… 아버지 사랑합니다.”
“사랑한다는 말이 어려웠나요?”
“그럼요.”

7월 28일, 서울 도봉구 도봉숲속마을에서 열린 가족힐링캠프 현장. 처음에는 안는 것도 어색해서 손만 잡고 있던 아버지와 아들이 사랑한다고 말하며 서로를 꼭 안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가족들도 앞으로 나와 부자의 어깨를 감쌌다.

캠프를 이끈 마인드온심리연구소 배지석 소장은 “사랑한다는 말을 머뭇거리는 것을 ‘날 거부하는구나.’라고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기다려 달라.”며 “남들 다하는 이야기가 우리 아이에겐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디언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이 시간을 빨리빨리 보내려고 하지 말고 더 단단하게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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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8일, 서울 도봉구 도봉숲속마을에서 학교폭력 피해 청소년과 부모들이 모인 가운데 가족힐링캠프가 열렸다.

학교폭력 피해 청소년과 부모간의 감성적인 소통을 통해 힐링과 가족 간 화합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가족 힐링캠프 ‘우리 가족이야기’가 28일 도봉숲속마을에서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주최하는 가족 힐링캠프는 ‘문화예술로 마음을 여는 학교폭력 치유 공동 캠페인’ 사업의 일환으로 청소년 연극치료와 함께 학교폭력 예방 심리극 ‘유령친구’를 관람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 함께 한 한기봉 문체부 홍보콘텐츠기획관은 "청소년 연극치료 캠프는 연극적 행위로 자기 안에 있는 것들을 언어와 동작으로 표현해보고, 서로 상대방의 입장이 돼보면서 새로운 자아를 느껴보는 효과가 있다.”며 “부모와 자녀가 집에 함께 있으며 깊이 있는 대화를 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번 기회에 서로의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캠프에는 학교폭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과 부모 총 15가족(30명)이 참석했다. 문화체험, 상담치유, 공연관람 등 3가지 프로그램이 운영됐는데 먼저 도봉숲속마을 캠프장에서 문화 체험과 상담치유 프로그램 시간을 가졌다.

문화부 한기봉 홍보콘텐츠기획관의 인사말씀 모습.
한기봉 문체부 홍보콘텐츠기획관이 인사말씀을 하고 있다.

첫 시간에는 가족과 호흡을 맞춰 뛰는 줄넘기를 했다. 허리가 아프지만 허리를 잡고 아이와 함께 줄넘기를 하는 부모님도 계셨고 잘 못 뛰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뛰는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프로그램 시작과 끝에 줄넘기 횟수를 체크해 가장 많은 발전을 보인 가족에게는 줄넘기상을 시상하기도 했다.

줄넘기 프로그램을 진행한 청예단 마세근 연구원은 “가족 간의 스킨십이 잦을수록 사이가 가까워질 수 있고 소통에 매우 도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줄넘기 프로그램은 이번 힐링캠프의 숨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며 가족 간의 스킨십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번 캠프가 일회성에 그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 번이라도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어른들이 학교폭력 근절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도 한 좋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마와 딸이 함께 스킨십이 있는 줄넘기를 하며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있다.
엄마와 딸이 함께 스킨십이 있는 줄넘기를 하며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있다.

존 고다드의 127가지 꿈목록을 보여주고 있다.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사소해 보이는 목록들까지도 보인다. 학생들에게 꿈의 목록을 작성하며 이룰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존 고다드의 127가지 꿈 목록을 보여주고 있다.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사소해 보이는 목록들까지 보인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에게도 꿈을 이룰 수 있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어 ‘그땐 그랬지’라는 제목의 북아트와 블라인드 북을 제작하는 시간도 가졌다. 부모님이 예전에 가지고 있었던 고민과 그 고민을 해결했던 방법 및 아이가 가지고 있는 고민,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응원·칭찬의 말, 아이들이 미래에 이루고 싶은 꿈과 목표에 대해 이야기를 담아 북아트를 제작하는 시간이다.

‘3·7·21’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블라인드 북은 ‘작심삼일이 7번이면 21일이 되고 21일은 어떠한 것도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라는 의미를 담아 제작됐다. 부모와 아이가 각각 실천할 3가지 항목을 선택한 후 블라인드 북에 담아 집에서 낭독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했다.

‘힐링드라마’ 시간에는 간단한 신체 활동과 함께 가족 간에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부모와 아이가 검지로 수수깡을 마주대고 부러지거나 떨어지지 않게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일방적으로 포기해버리면 관계의 흐름이 끊어지고 일방적으로 다가가면 수수깡이 부러져 버리므로 서로를 기다려주고 배려하라는 의미가 담긴 활동이었다.

북아트와 블라인드 북 제작 모습. 블라인드 북에 선택하여 넣는 항목.
부모와 아이가 함께 북아트를 제작하는 모습(위). 블라인드 북에 선택해 넣은 실천 항목들(아래).

도봉숲속마을 캠프장에서 프로그램을 모두 마친 뒤에는 대학로 문화공간 엘림홀로 이동해 학교폭력 예방을 주제로 한 감성 뮤지컬 ‘유령친구’를 관람했다. ‘유령친구’는 일찍 돌아가신 베트남인 엄마와 생선가게를 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왕따 봉구의 이야기로 학교 폭력과 자살 예방, 우정과 부모님의 사랑과 용서룰 담은 연극이다.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가슴 따뜻한 연극에 부모와 아이들 모두 깊이 몰입하는 모습이었다.

힐링캠프에 참여한 정가은(가명·16세) 양은 “친구들이 은근히 무시할 때 눌러버리고 싶고 기분도 많이 나빴다.”며 “가장 가까이 계시는 분이 부모님이지만, 학교 생활을 모두 털어놓기엔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캠프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많이 느꼈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캠페인에 괜한 힘들이지 말고 학생들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며 솔직한 의견을 말했다.

정 양의 아버지(44세)는 “힐링드라마 시간을 통해 아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떤 배려를 해줘야 하는지 알게됐다.”며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 가족 간의 사랑과 배려가 아닐까 싶다. 아이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전했다.

마인드 온 심리연구소 배지석 소장이 <힐링 드라마>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마인드온 심리연구소 배지석 소장이 ‘힐링 드라마’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가족 간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안지혜(가명·15세)은 “아이들이 내게 종이나 잡지 표지를 던진 적이 있는데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기분은 좋지 않았었다.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마음이 아플 수도 있겠다 싶어 말씀드려도 되냐고 물어본 뒤 털어놓았다.”며 “혼자 숨기지 않고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안 양은 이어 “다른 힐링캠프들도 다녀봤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었는데 이번 프로그램은 가족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았고, 부모님에 대한 믿음도 더 커졌다.”며 “그동안 몰랐던 부모님의 마음을 알게돼 울기도 했던 힐링드라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안 양은 그러면서 “학교폭력은 가해자가 변해야 해결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가해자의 장난이 마음 약한 아이들에게는 괴로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서로가 함께 노력해야 할 문제”라고 제법 어른스러운 이야기를 전했다.

2만여 명의 학생, 학부모, 교사가 관람한 학교폭력 예방 뮤지컬 <유령친구>.
학교폭력 예방을 주제로 한 감성 뮤지컬 ‘유령친구’. 지금까지 약 2만여 명이 관람했다.

필자 또한 고등학생인지라 이 학생의 진솔한 이야기가 더욱 가슴에 와닿았다. 지난 5월 용인대학교에서 열린 ‘청소년 연극치료 캠프(문화체육관광부 주최)’에서는 가해자 학생들을, 이번 가족 힐링캠프에서는 그 반대 입장인 피해자 학생을 만나봤다. 가해자와 피해자이기 이전에 모두가 평범한 학생이었고,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상대인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항상 학교생활을 함께 하고 있는 선생님의 관심이 좀더 절실하다는 이들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정부가 학교폭력을 4대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학교폭력을 뿌리뽑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그저 보여주기기 위한 활동에 그치고 있는 건 아닌지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학생들이 많다. 무엇보다 학생들 눈높이에서 그들의 말에 좀더 귀를 기울이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극단 ‘단잠’에 제작을 의뢰해 제작한 학교폭력 예방 뮤지컬 ‘유령친구’는 왕따와 학교폭력 문제를 다른 작품으로서,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학교로 찾아가는 공연(총 12회)을 완료하고, 여름 방학기간 중에는 대학로 문화 공간 엘림홀(서울 종로구 동숭동 195-6)에서 공연이 진행(7월 24일∼8월 25일)된다.

정책기자 정혜윤(고등학생) hyeyunju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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